최근 개편한 중앙일보 경제섹션
페이지 단위 아닌 섹션 리디자인
“지면 개선” 회사 안팎 호평 들어

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톱 기사가 맨 위에 없다. 섹션 전체를 한 면처럼 편집해, 3면에 와이드 그래픽을 집중시킨다. 심심한 면은 배를 가르는 박스로 보완한다. 중앙경제 섹션은 이 같은 원칙으로 개편했다.
톱 기사가 맨 위에 없다. 섹션 전체를 한 면처럼 편집해, 3면에 와이드 그래픽을 집중시킨다. 심심한 면은 배를 가르는 박스로 보완한다. 중앙경제 섹션은 이 같은 원칙으로 개편했다.

신문에서 섹션이란 지면은 항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좋은 기사, 좋은 사진, 좋은 그래픽 등 누구나 보고 싶고 궁금해 하는 콘텐트는 아무리 섹션과 관련이 높더라도 종합이라는 제1섹션에 양보해야 하는 운명같은 걸 타고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섹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차선의 콘텐트를 가지고 품질을 높여야 하는 고민에 휩싸인다. 더불어 짧은 제작 시간과 적은 인력이라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중앙일보의 이번 경제섹션 리디자인은 우리 모두가 아는 이런 오래된 고민과 현실적 한계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경제섹션TF팀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지면을 만들어야 했다. 중점을 둔 것은 아래의 4가지 항목이다.

<1> 1면을 다양화 했다. 기존 1개의 기사 형식에서 두개의 기사형식으로 나누고, 상단 기사는 또 다시 사진기사와 짧은 기사 형식으로 나누었다. 가장 중요한 기사가 맨 위에 있어야 한다는 관행을 버렸고, 1면에는 당일 사진만 써야 한다는 사진 사용의 관행도 버렸다.

<2> 단일 페이지에 집중하지 않고 섹션 전체를 디자인했다. 각 페이지마다 특징을 주게 되면 모든 페이지에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전체 페이지를 놓고 콘텐트와 디자인을 분배해 강약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3면에는 긴 호홉의 기사와 강렬한 비주얼을, 마주보는 2면과 뒷면인 4면에는 템플릿을 이용한 잔잔한 편집을 추구했다.

<3> 비주얼을 대체할 레이아웃을 구성했다. 콘텐트의 비중은 높지만 글이 짧은 코너들에는 면의 중심을 가로지는 레이아웃을 도입했다. 작은 면적으로도 독자의 시선에 가장 먼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레이아웃은 지면의 이미지 요소로도 사용돼는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4> 모든 지면의 비주얼을 최소화했다. 아무리 데이터가 많더라도 꼭 필요한 데이터만 사용하고 그 데이터 조차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만 추려 사용했다. 그래픽은 줄었지만, 사용된 데이터의 콘셉트는 더 명확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경제 섹션의 리뉴얼 이후 지면의 품질이 개선됐다는 독자위원회의 평가를 접했다. 소통이 빨라지고 제작의 편의성은 높아졌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다. 틀이란 건 깨기가 어렵지만, 원칙을 잡고 흔들어 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기도 한다. 이번 개편이 그랬던 것 같다.

김호준 중앙일보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