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만 한 보물섬이 없다. 다들 서울에서 서울 가는 것보다 가까운 제주도가 좋다고는 하는데 제주도는 사정을 많이 따져야 한다. 비싼 비행기표값에 비싼 방값에 비싼 빌리는 차값까지. 당일치기로는 손해 보는 것 같고 1박2일도 손익분기점은 아련하다. 사나흘 휴가를 쓰자니 윗분들 눈초리가 따갑고 거짓으로 사유를 둘러대는 마음은 바늘방석이다. 야근 바꿔 달라 사정사정해도 인정사정없는 동료가 얄밉다. 막상 제주도 땅을 딛고 돌아다녀도 반나절이면 뭍이나 다를 바 없다. 파란 하늘 옥빛 바다를 상상하고 떠난 제주여행은 항상 기상당국을 향한 배
추석에 부산을 다녀왔다. 명절에 고향 가는 게 특별할 것 있겠냐마는 코로나 때문에 몇 년 만에 내려간 터라 왠지 모를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다. 오랜만에 만난 부산은 약간의 어색함과 반가움이 공존하는 오묘한 느낌이었다. 벅찬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부산역을 나와 집에 지하철을 타고 갈까 아니면 전국구적 악명을 떨치고 있는 ‘붓싼 택시’를 탈까 고민을 했다. 지난 부산 방문 때 택시기사와 언쟁을 벌인 기억이 있어 결국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참고로 부산 택시 내비게이션은 간혹 ‘여서 좌회전 하이소’와 같은 사투리 버전도 있으니
끔찍한 집순이인 내겐 여행모임이 하나 있다. 역설적이게도 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모임이 아니라, 여행을 못 하는 여섯 명이 모여 결성한 모임이다. 지칠대로 지쳐 식음까지 전폐했던 어느 겨울날, 우리는 여느 때처럼 ‘갑작스럽게’ 약속을 잡았고 그 길로 전남 여수로 향했다. 심지어 멀리 여행가는 느낌이라도 내보자며 거창하게 캐리어까지 끌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코시국’ 중 오랜만에 하늘 위를 날았다. 그만큼 붕 뜨는 느낌이었다.여행의 반은 음식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수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로타리 기사식당으로 향했다. 오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