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한 소녀가 피사의 사탑을 손으로 받치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모습을 배경으로 삼아 껴안고 발로 차고 몸을 기대는 것 같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인증사진을 찍는다. 메인 건물인 피사 대성당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이지만 부속건물인 이 종탑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피사의 사탑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부실 공사 건물이다. 멀쩡했으면 안 유명했겠지만 잘못 만들어져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1173년에 착공할 당시부터 한쪽 지반이 가라앉아 기울기 시작했다. 800여 년간 미세하게 더 기울어지기다가 1990년 붕괴 위험에 처하자 온갖 기술을 동원해 보수를 했다. 기울어진 모습을 더욱더 오래 보전하기 위해서다. 평범한 균형보다 삐딱한 독특함이 더 낫다는 것이다.

글·사진=최종석 한국경제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