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연결고리의 연속
절친, 한순간에 앙숙 될수도
남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갖고 싶은 이름, 훔치고 싶은 인생...나는 마음 먹은 것은 다 해요.

드라마 안나를 뒤늦게 봤는데 몰입감과 충격적 결말에 소름이 돋았다. 안타까웠다. 사소한 거짓말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한 여자의 삶. 주인공이 겪는 리플리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으며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인격장애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사건이 떠올랐다. 신정아는 참여정부 시절 학력을 위조하고 각종 공직과 미술 후원 단체, 교육자로 활동했다. 노무현의 남자로 알려진 변양균 전 정책실장은 신정아와 잘못된 인연으로 결국 구속 수감됐다. 

세상이 온통 변양균-신정아였다. 학력 위조, 공금 횡령, 청탁, 불륜, 직권 남용, 뇌물수수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자고나면 터져 나왔다. 종합 4면 편집자로 신출내기였던 나는 신물이 나왔다. 리베이트, 횡령, 스캔들, 의혹, 추문, 게이트, 커넥션, 검은 거래 등이 나를 몰아세웠고 휘감았다. 일러스트, 지도, 일지, 관계도 등을 총동원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화살표는 꿈에서도 나타났다. 이 둘을 고마워해야 하나. 하루하루가 고달팠지만 덕분에 편집이란 것을 배웠다. 제목은 어떻게 중복을 피하고 앞서 나가지 않고 흥분하지도 아니하며 담백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사진은 어떤 표정을 선택하고 어떻게 트리밍할 것인지, 그래픽은 무엇을 추가하고 뺄 것인지 등등.

지금도 수많은 커넥션들이 세상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 커넥션들은 밝혀진 것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덮어진 것도 있다. 또 어떤 뉴스가 터질지 조마조마하다. 제발 오늘은 세상이 평온하길 바라지만 어쩌겠나. 사건-사고가 터지면 뛰어야 하는 게 기자들의 숙명인 것을. 

삶은 커넥션의 연속이다. 혼자서는 완성할 수가 없다. 가족, 교우, 이웃, 동기, 선후배, 취재원...지금 당신은 누구와 연결고리를 맺고 있나. 나를 중심으로 주위 인물들을 화살표로 그려보자. 그 화살표가 주고받는 양방향인지 한 쪽으로 쏠렸는지, 나는 얼마나 베푸는지 아니면 받기만 하는지. 

나와의 연결고리는 족쇄가 될 수도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 소중했던 관계가 한순간에 소원해질 수 있다. 접촉이 생겨 절친이 되기도 하지만 절교나 단절을 겪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그렇게 사람을 웃게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안나가 그랬고 신정아도 그랬다. 사람들은 커넥션의 비밀을 알고자 한다. 기자들은 기사로 제목으로 그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 심판자처럼 감추고 싶은 것들을 들춰내려고 누군가를 아프게 한 적은 없는가. 어디까지 보호하고 명예훼손을 안 시킬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때론 ‘사실’을 밝혀내는 것보다 ‘진실’을 지켜내는 것이 소중할 때가 있다. 

그래도 데스크는 묻는다. “그래서 팩트가 뭔데” 

박은석 전자신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