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KBO리그의 팬으로서 야구를 즐겨 본지 2년차다. 내가 야구를 즐겨보게 된 계기는 조금은 특별하다. 내게는 2007년부터 프로야구를 보고, 주말엔 직접 사회인야구 경기를 뛰며 준 야구선수로 사는 남자친구가 있다. 그렇기에 주변에선 뒤늦게 야구 팬이 된 나에게 “남자친구 때문에 야구에 빠졌구나.”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남자친구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인으로 10년을 만나는 내내 나를 자신의 응원팀 팬으로 만들기 위해 야구장에 데려가고, 유니폼도 사주는 등 온갖 방법으로 지극정성 나를 꼬셨다. 

하지만 내가 야구에 빠지게 된 것은 남자친구의 노력보다도 신문 편집 덕분이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 어느날 우연히 스포츠 지면 편집을 담당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매일 승부가 정해지고 순위가 바뀌는 야구는 스포츠 지면의 단골 소재였고 그 전까지 야구를 잘 알지 못했던 나에겐 공부의 시간이기도 했다. 남자친구를 붙잡고 물어보며 야구용어를 공부했고 타사 스포츠 지면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편집을 위해 한 두 경기씩 챙겨보다 보니,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생겼고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 후엔 남자친구 보다도 먼저 야구 직관을 가자고 하고, 2022년엔 한국시리즈 직관도 다녀오며 응원 첫 해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젠 응원하는 선수가 생겨 이전까지는 비싸서 구입을 망설였던 유니폼도 척척 사모으는 야구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야구팬인 나에게 “편집기자가 타자 같아”라며 조언을 해준 선배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전해본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돌고 돌아온 것 같다. 선배와 점심식사 후 회사 인근을 산책하며 야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다 문득 하신 말씀이 “편집기자는 야구에서 타자와 같지 않니? 타자는 매일 타석에 서서 안타를 치기도, 크게 헛스윙하며 삼진을 당하기도, 그러다 중요한 순간 결승 홈런을 치기도 하잖아. 편집기자도 매일 지면을 배정받아서 어느 날은 무난한 제목으로 지면을 마감하기도 하고, 다른 날은 타사 지면과 비교했을 때 좌절감도 느끼기도, 그러다 내 지면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는 홈런을 친 지면도 있고….”

매일 지면을 편집하지만 편집기자로서 홈런은커녕 제대로 된 스윙 한 번도 못해보고 아웃당하는 느낌을 받는 후배에게 전한 선배의 따스한 조언이었다. 또한 언젠가 크게 홈런을 치는 날도 올테니 열심히 해보자고 건넨 응원의 말이기도 했다.

글의 주제가 ‘막내의 편집일기’다보니 이 글을 읽는 모든 언론사의 막내기자들에게 내가 받은 이 따스한 응원을 공유하고 싶었다. 매일 지면이란 타석에 서는 편집기자로서 지금은 삼진 당하는 날이 많더라도 열심히 타석에 서다보면 홈런을 치는 날도 오지 않겠냐고. 그들에게 함께 힘내자는 뜻에서 글을 적어본다. 나를 포함한 막내들, 그리고 올해 나의 응원팀 랜더스도 홈런 뻥뻥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정고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