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편집의 새 시대 열다’
전국 간사들, 홋카이도서 세미나
4명 중 3명 “AI 큰 영향 줄 것”
창간기념호 기사, AI에 맡긴 곳도
“AI, 제목은 시기상조” 한목소리
가짜뉴스·편집권 침해 문제도 토론

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 A신문사는 2024년 창간 기념호의 1면과 2면 기사를 모두 AI에게 맡겼다. 기사의 목적과 취지를 챗GPT에 알려주니 10초 만에 2개 면을 채울 기사가 뚝딱 나왔다고 한다.

  # B신문사가 10회에 걸쳐 게재한 기획시리즈의 삽화와 그래픽용 그림에는 비밀이 있다. 사람이 그렸다면 열흘이 걸릴 그 그림들은 사실 모두 AI가 그린 것이었다. 간지 지면을 맡은 이 신문사의 편집기자들은 챗GPT의 도움을 받은 정보를 취재기자에게 토스해 기사 작성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AI 전성시대다. 글로벌 첨단기술의 장인 세계가전전시회(CES)가 AI로 도배 되고, 소위 'AI랠리'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자본시장에서 AI 기업들은 눈부신 질주를 벌이고 있다.

  언론 환경 역시 'AI 열풍'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전 기자들에게 의무적으로 AI 특강을 듣게 한 회원사가 있고, 유료 챗GPT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이용할 경우 비용을 대납해주는 회원사도 있다. 소속회사 차원의 지원이 없는 편집기자들은 자비를 들여 월정액 방식의 챗GPT 서비스를 받고 있다.

  'AI시대, 편집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일본 홋카이도에서 나흘간 열린 간사세미나(3월 11~14일)는 이 같은 ‘AI 폭풍’ 한 복판에서 고군분투하는 편집기자들의 요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 노보리베츠서 2시간40분 세미나=협회가 주최한 간사 세미나는 백설이 덮힌 노보리베츠 호텔 세미나실에서 2시간40분에 걸쳐 열렸다. 6개로 나눈 조별토론 뒤 전체토론이 진행됐고, 이후 각조 조장들은 따로 모여 별도토론 시간을 가졌다.

  AI 시대에 대한 간사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인력 부족에 AI 활용 많다. 시대 흐름이라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아직 기초적인 단계라서 상용화는 힘들다”는 발언도 심심찮게 들렸다. 간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설문에 응한 간사들의 73.3%가 “AI가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는데, 그보다 많은 76.7%는 “실제 편집에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응답표를 내놨다.

  재미있는 대목은 “아직은”이라는 단서였다. AI는 학습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신문 편집 측면에서도 머잖아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란 생각에는 6개 조가 모두 대동소이한 입장을 보였다.

  협회 회원사들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AI를 활용하고 있을까. 토론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기사를 쓰거나 그래픽·삽화를 만들 때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제목은 아직 시기상조” 정도가 될 것 같다. 각사 간사들은 그래픽 작업을 하거나 사진 설명을 만드는 데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목 파트에선 “AI가 학습이 부족한 상황이라, 감성적 제목 등에서 사람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AI가 단어 대체어를 찾거나 부제 정도를 정리하는 데에는 도움을 준다는 것이 간사들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 ‘비판’의 뜻을 가진 단어를 찾고 싶을 때에는 챗GPT가 그리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사 간사들은 ‘AI 편집’의 윤리적인 부분을 걱정하고 있었다. 4조 조장을 맡은 최소리 충청투데이 팀장은 “독도를 AI로 검색하면 분쟁지역으로 나온다”고 사례를 소개한 뒤 “첨예한 내용일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AI인데, 충분한 윤리적 고민없이 범죄자 신상공개를 해버릴 경우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편집기자가 편집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AI는 앞으로 편집기자의 ‘직업’에 태클을 걸 수 있을까. 대체적인 의견은 “그렇다”였다. “AI에겐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더 진화한다면 인력 감축 등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선함’을 근거로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간사도 있었다. “지금은 AI 제목이 나름대로 신선해 보이지만, 빈번하게 사용하면 매력이 떨어져 많이 사용하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 논리를 자연스럽게 연장시키면 “편집기자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며,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명제로 연결된다.

  이번 세미나에선 AI 문제 이외에도 가짜뉴스 대응, 젊은 편집기자 육성, 편집권 침해 등이 중점 논의과제로 제시됐다. 

  먼저, 편파적 보도와 악의적 짜깁기 등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팩트체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간사들은 “유튜브 등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이 되레 활자신문의 가치가 커질 수 있는 시기”라며 “기사를 꿰고 있는 편집기자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편집을 해야 할 기사의 편파성을 느꼈을 때 최대한 제목을 드라이하게 뽑는 게 최선”이라는 답변은 현실적으로는 편파보도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점점 ‘막내 없는 편집부’가 되어가는 현실에 대해서는 “신문의 중요성과 편집기자의 역할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사실 인재 육성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각사의 업무 현실은 엄혹하다. 온라인 기자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아예 계약직으로 기자를 뽑으려 한다. 간사들은 “편집기자 직업을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니, 협회 차원에서 언론단체, 학교 등에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협회가 4월에 여는 편집 저널리즘 아카데미와 올해 발족할 편집 저널리즘 연구소에 대해 기대감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오너의 편집권 침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편집권과 경영권의 완전한 분리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간사들은 ”쉽지는 않겠지만, 압박이 느껴졌을 때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따르기보다 데스크에게 건의하는 식의 해결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노조와 편집기자협회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밝혔다.

  ◇ 세미나 마지막 날 북해도신문 방문=김창환 협회 회장은 이번 세미나에 앞서 ”협회 60주년을 맞아 각사 간사들과 협회가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말을 실천에 옮기는데 홋카이도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일본의 화산 지대와 맑은 호수, 깊은 숲이 어우러진 북해도에는 격무에 시달린 간사들의 심신을 다독일 에너지가 가득했다. 세미나 이튿날부터 간사들은 일본의 3대 온천지대인 노보리베츠와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이 ‘오겡끼데스까’를 외쳤던 오타루, 그리고 삿포로 중심지인 스스키노 거리 등을 돌아봤다. 세미나 마지막 날에는 가정 배달 독자만 80만 명에 달하는 지역 일간지 북해도신문을 방문해 AI 등 신기술의 도전에 직면한 한·일 신문사들의 현실을 나누며 대책을 함께 고민했다.

 

 

​  2024년 일본 간사세미나 
​  2024년 일본 간사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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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신문사 현지 기자들과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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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신문사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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