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268 심사평

또 하나의 이름을 지웠다. 설 연휴 전날 휴대폰 속 연락처가 2941개로 줄어들었다. 이번에 지운 이름은 45년 된 인연이다. 여기서 그와… ‘이생의 연’을 끊었다.  

아직 삭제되는 연락처보다 추가되는 연락처가 많긴 하다. 하지만 증감 그래프가 점점 땅을 향하고 있다. 어느 날 그 곡선이 땅 밑으로 꺼질 것이고 내 인생은 침잠할 것이다. 그때까지… 남아있는 이름 하나하나를 소중히 부르면서 살아가야겠다.    

그는 가도 세상은 돌아간다. 

종합부문 수상자인 서울신문 김영롱 기자의 <베어낼 것은 vs 극단의 정치>가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베어내고 또 베어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극단의 정치, 극단의 사회. 그래도 우리는 베고 또 베어내야 한다. 김 기자가 서슬 퍼런 칼날로 ‘극단’을 단죄하고 있다.  

경제사회부문, 국민일보 변민영 기자의 <油, ㅠ>는 심플해서 심쿵하다. 더 깔끔한 제목 나와보라 그래! 인포그래픽과 제목이 두 손을 마주잡고 춤을 춘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참 우아한 춤이다.  

문화스포츠부문, 경인일보 장성환 기자의 <여기서… ‘연’을 끊자>는 중의법의 원단을 보여주고 있다. 제목의 묘미, 제목의 효과, 제목의 멋을 마음껏 뽐낸 작품이다. 가위와 점선, 담배꽁초가 어우러져 ‘편집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피처부문, 한국일보 김도상 기자의 <차별 없는 날까지… 명퇴도 정년도 없는 ‘휠체어 출근’>은 사진이 압권이다. 메인 사진의 메시지 전달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거기에 ‘명퇴도 정년도 없는 휠체어 출근’이 감성을 잘 건드리고 있다. 

뉴스해설&이슈부문, 머니투데이 박경아 기자의 <월급은 끝났고, 연금은 멀었다>는 한방의 펀치로 독자를 녹다운시키는 괴력의 제목이다. 제목을 마주한 순간 ‘이거 물건이다’ 싶었다. 제목의 흡인력은 다른 모든 편집 요소들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제목은 편집의 왕이다. 

시나브로 봄이 오고 있다. 편집의 봄도 함께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