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267회 수상 소감

<종합부문 경인일보 장성환 기자>

테이크 아웃 커피 마시던 나 자신 반성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마시면 마치 큰일이 날 것처럼 굴었다. 잠깐 마시다 나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도 협조하는 등 차츰 정착되는가 싶었다. 정부는 돌연 일회용품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다. .

영화 '레버넌트'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디카프리오의 수상소감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영화에 관해선 짧게 언급하고 나머지는 기후위기와 이에 따른 관심을 당부했다. 그리고 "이 지구를 당연히 여겨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여러번 쓸 '용기' 없는 세상으로 이달의 편집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끄럽게도 이날 내 책상엔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이 두개 놓여있었다. 정작 '용기' 없는 건 나였음을… 낯 뜨거웠다. ‘앞으로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다.’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계기로 덜 쓰는 쪽으로 용기를 내봐야겠다.


<경제사회부문 경남신문 허철호 국장>

정년퇴직 앞두고 기분 좋은 선물

내 나이 60. 11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미리 퇴직 선물을 받은 것 같다. 1964년생 용띠인데 용의 해가 시작된 1월에 이달의 편집상을 받게 돼 더 기쁘다. 

  고령화가 주제였다. 수상작은 함양군이 지역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종사자 연령 등을 조사한 결과 70대 이상이 44.5%로 절반 정도여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역량 키우기 등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운이 좋았다. 기사를 편집하기 며칠 전 80세에도 건강하게 지하철 택배 일을 하는 분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기사를 읽으면서 건강관리를 잘해 최고령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그분이 생각났다. 그런 중에 고령의 상인들이 시장에서 팔고 싶은 게 나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올라 제목을 달았다. 경남신문 기자로 33년을 살아왔고, 그중 20여 년을 편집기자로 살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기사를 만나며 설렘을 더 많이 느낀 것 같다.


<피처부문 한국경제 조봉민 기자>

편집 1년차 부끄럽지만 값진 경험

아, 부끄럽다.

처음 지면을 출품할 때도, 수상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들었던 첫 생각입니다.

편집을 시작한지 이제 막 300일이 지났습니다. 제가 단 제목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빈 판을 열고 기사 사이 구분선을 하나 치는 것 조차 ‘이렇게 해도 되나?’ 걱정이 들곤 합니다. 사실 아직은 어떤 제목이 좋은 제목인지, 무슨 수를 써야 좋은 편집기자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달의 편집상이란 과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던 것은 제 뒤에 든든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잘하고 있다 격려해주시는 선배, 스트레스 받지 말라 걱정해주시는 선배, 마감을 코 앞에 둔 시간에도 대장을 보며 한글자 한글자 꼼꼼히 고쳐주시는 선배들. 부족한 막내를 항상 아껴주시는 한국경제 편집기자 선배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수상을 좋은 밑거름으로 항상 좋은 편집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편집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스해설&이슈부문 문화일보 권오진 차장>

‘지구의 눈물’ 다음엔 ‘인간의 눈물’ 차례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그 눈이 눈(眼)인지 눈(雪)인지를 묻는, 단음과 장음을 구분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말장난 같은 질문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이때부터 국어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얼마 전 겨울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아빠, 하늘이 슬픈가 봐.  나처럼 누구한테 혼났나?”라던 막내아들의 ‘돌려 까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혼나면서 흘렸던 슬픔의 [눈물]을 겨울비에 빗대어 표현하는 감성이 기특하기도 했다. [눈물]은 온전한 슬픔이나 감동이나 그 밖의 어떤 지순한 감정에서 흐르는 것이지만 문지방에 새끼발까락을 찧었을 때도, 아들 녀석의 장난감 조각을 밟았을 때도 떨어진다. 지구에 내리던 [눈ː]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 머리위로 떨어지는 [눈ː물]은 지구가 아파서 흘리는 [눈물]일 것이다. 온난화로 인해 흐르는 지구의 [눈ː물]을 닦아주지 못한다면, 다음엔 인간의 [눈물]을 내놓아야 한다.


<온라인부문 경인일보 연주훈 차장>

이제, 나의 이야기가 달라지려 한다

가끔씩 1년 차의 나와 마주친다. 강판을 목전에 두고도 가장 중요한 메인 사진을 1단으로 찌그러뜨린 채 뭐가 문제인지조차 몰랐던 그 1년 차의 내가 떠오른다. 그리고 연차가 쌓인다. 철없는 4년 차의 나는 어김없이 실망을 반복한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간다. 빛나는 선배들 사이에서 위축된 모습만 가득하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편집이 뭘까’하는 질문을 던질 수는 있게 됐다.

다시, 여러 번 더 연차가 늘어난다. 최근의 내 표정. 짧으면 한두 시간 만에 휘발되는 제목을 지으면서 잔뜩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기록하는 일을 하겠다던 나의 포부, 그리고 그 꿈이 담긴 나의 편집은 지금 이 순간 어디에 남고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몇 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조금은, 답을 찾은 듯한 속시원한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나의 이야기가 달라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