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267회 심사평

제목의 묘미는 비틀음에 있고, 제목의 공감은 울림에 있다. 비틀음은 잘못됨을 재치로 은유하는 것이고, 울림은 ‘우리 함께’라는 생각거리를 직유한다. 여기에는 통찰과 비판정신이 필요하다. 신문의 존재 이유이다.

종합부문의 경인일보 장성환 기자의 ‘여러번 쓸 ‘용기’ 없는 세상’은 용기라는 말을 중의적으로 사용해 환경보호만 외치고 실천하지 않는 권력과 세상을 비틀고 있다. 경향신문 홍경진 기자의 ‘온몸으로 묻는다…’는 억울하게 죽은 이들만 있고 책임지는 자가 없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무뎌진 우리를 화들짝 정신 차리게 한다. 

경제사회부문에서 경남신문 허철호 기자의 ‘내 나이 80, 나이를 팔 순 없나요’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팔순 나이를 재밌게 표현해 고령화 문제를 드러냈다. 한국일보 김영환 기자의 ‘하루살이 평화’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팔레스타인 공습과 짧은 휴전의 아픔을 여섯 자 고갱이로 압축했다.

피처부문에서 서울신문 박연주 기자의 ‘책장에 파묻혀…’는 읽다와 잊다의 대구 제목에다 지면 레이아웃을 사색적으로 꾸며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한국경제신문 조봉민 기자의 ‘MY, 愛, 美…’는 마이애미를 기발하게 풀어냈고 시각적 이미지와 제목이 조화를 이룬 편집이었다. 

뉴스해설&이슈부문에서 경향신문 손버들 기자의 ‘출발선이 다른데…’는 선거운동의 불공정 게임을 부각했고, 문화일보 권오진 기자의 ‘지구의 눈, 물로 떨어진다’는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해 눈, 물이 결국엔 눈물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온라인부문에서 경인일보 김금아 기자의 ‘밀려난 삶…’과 연주훈 기자의 ‘‘힘’만 밀어붙이니…’는 온라인 편집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달에는 아쉽게도 문화스포츠부문과 디자인부문에서는 후보작을 추천하지 않았다.  

새해가 시작됐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 환경은 엄혹해지고 있다. 외부의 무언압박은 커질 거라 예상된다. 이럴 때 믿을 건 독자들. 새해에도 무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편집의 힘’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