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계범 세계일보 기자
김계범 세계일보 기자

글 읽는 일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여러 종류의 글 읽기를 즐겼다. 그중 신문은 내게 언제 만나도 즐거운 벗과 같다. 평범한 하루도 신문을 읽고 나면 특별하게 느껴진다. 신문을 통해 보는 세상이 좋았다. 오래전부터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집 앞에 배달 온 신문 먼저 챙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진한 잉크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읽는다. 1면부터 끝까지 빠르게 한 번 읽은 뒤 다시 처음부터 읽는다. 기억에 남는 지면은 스크랩한다. 집을 나설 때도 신문을 꼭 챙긴다. 신문은 나를 생각하게 하고, 말하게 하고, 쓰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신문사는 내가 가장 일하고 싶은 곳이었다.

 올 1월, 오래도록 꿈꿔온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간 셀 수 없이 두드렸으나 쉽사리 열리지 않던 언론사의 문이었다. 오랫동안 주변을 계속 맴돌다 거둔 결과였다. 그래서일까? 신문 편집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걱정도 있었지만 기대가 컸다. 

 뉴스 ‘소비자’로만 살던 내가 ‘생산자’가 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올해는 식은땀 흘리는 날의 연속이었다. 사계절 내내 그랬다. 머리 아닌 온몸으로 겪은 지난 1년은 항상 분주했다. 밖에서 보면 비슷하게 보일지 모를 날들이지만 내가 느끼는 하루는 매일 달랐다. 고요한 듯 보이지만 책상 위에서 분주하게 많은 일이 일어난다. 마감 시간을 앞둔 편집국에서 일할 때 느끼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시간 내에 제작을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지면을 완성하기까지 매일 이런저런 어려움과 마주한다. 확신보다 고개를 갸웃할 때가 많다. 아직 자신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레이아웃이 어려워서 거듭 주저하고, 제목은 마음에 안 들 때가 더 많다. 그러다 오자라도 내는 날에는 괴로워서 울고 싶다. 

그래도 나는 신문 편집이 좋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내게 어떤 이는 신문의 미래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지만, 나는 매체, 특히 활자매체의 힘을 믿는다. 아직 신문 읽는 일만큼 만드는 일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건 내가 맡은 지면의 편집을 나는 잘 해내고 싶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올 한 해 선배들의 많은 가르침 덕분에 편집 일과 부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선배들께 많이 배우고 무엇보다 스스로 더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내 마음을 담아 이 지면에 적는다. 아직 드물지만, 편집국의 시간에 나를 맡긴 채 오롯이 일에 집중해서 시간 내에 할 일을 잘 해냈을 때 기쁨을 느낀다. 앞으로 더 자주 느끼고 싶다. 먼 훗날 이 일이 많이 익숙해지더라도 설렘을 잃지 않고 싶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계속 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