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부문 김병순 중부일보 부장
사회단체활동가인 아내의 영향으로
글로만 접했던 봉사, 직접 해보자 결심
내년엔 아이도 함께 해외로 의료봉사
긍정 에너지 주는 가족에게 항상 감사

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병순 중부일보 부장
김병순 중부일보 부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우리가 평소 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다. 운동하랴, 공부하랴, 재테크하랴, 자신에게 닥친 일을 처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소중한 시간을 쪼개 선행을 베풀며 다른 이를 위해 기꺼이 할애하는 동료들이 있다.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김창환)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회원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하고자 지난해 ‘올해의 편집기자상’ 사회공헌 분야를 신설했다. ‘2023 올해의 편집기자’ 추천 모집을 앞두고 첫 수상자였던 김병순 중부일보 부장을 만나 그의 나눔 철학과 수상 이후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부장과의 일문일답.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달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중부일보 편집부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터뷰하느라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기자로서 일한 지 벌써 26년이 됐다.” 

-편집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나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청소년기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다 대학을 가게 됐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이름 뒤에 ‘기자’라는 것을 달았다. 사회와 다르게 대학에선 장애인이란 선입견 없이 기자 일을 맛보게 됐고 재미를 느꼈다. 물론 직업인으로 기자가 되는 것은 분명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시작된 기자 일을 평생 일이라 생각하게 됐고 추후 언론사에 들어가며 편집기자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제 인생에 참 잘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해피링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단체이고 무슨 활동을 하고 있나.

김병순(오른쪽 두 번째) 중부일보 부장이 해피링크 협동조합 창립을 위해 이사로 참여한 후 창립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병순(오른쪽 두 번째) 중부일보 부장이 해피링크 협동조합 창립을 위해 이사로 참여한 후 창립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피링크는 중증장애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과 이를 응원하는 이들이 주축이 돼 시작된 단체다. 해피링크는 하루에도 수차례 삶의 고비를 넘나들지만 치료마저 마음 놓고 받기 어려운 어린 삶(중증뇌병변장애아동)과 가족들의 삶을 마음으로 지지하고, 함께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 그들의 삶을 돕는 단체다. 2018년 설립 당시부터 활동해 왔는데 지난해 7월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창립 이사로 참여하게 됐다.” 

-청소년 진로교육에도 참여한다고 들었다. 

김병순(가운데) 중부일보 부장이 안산 원곡중학교에서 진행한 진로탐험 및 체험의 날을 진행한 후 이날 참석한 외부강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병순(가운데) 중부일보 부장이 안산 원곡중학교에서 진행한 진로탐험 및 체험의 날을 진행한 후 이날 참석한 외부강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벌써 10여 년이 됐다. 한국신문협회에서 매년 경기도, 인천 소재 학교에 기자들을 파견해 교육을 실시했는데 나 역시 해마다 참여해 활동했다. 처음에는 NIE(신문활용교육)와 관련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녀보니 진로 교육이 많았다. 청소년들이 신문은 멀리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기사를 많이 접하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지면신문이 왜 재미있는지, 어떻게 읽어야 더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강조했다. 또한 미디어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 기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했다. 강의를 마칠 때에는 항상 ‘미래의 나의 후배들이 여기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끝맺는다.” 

-사회공헌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내가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꽤 오랜 시간 사회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해왔다. 지금도 소농(小農) 보호와 환경 관련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나도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내근을 주로 하는 직무라 생각을 실천할 기회가 없었는데 아내의 후배가 뇌변병장애아동의 엄마였다. 아이가 한 달에 수차례 병원에 입원하는 등 삶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는데, 그 후배는 그 와중에도 자신의 아이와 비슷한 병력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아이의 병력에 대한 대처법이나 기록을 유튜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에 크게 감화됐다. 그때 마침 해피링크라는 단체를 창립해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뜻 참여해 보기로 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거나 보람 느꼈던 일은.

“협동조합 설립을 했지만 아직 단체가 초창기라 많은 큰 활동을 하지 못했다. 침상에 누워 눈만 깜빡이던 아이들이 재활치료를 받으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힘겨운 작은 미동으로 부모에게 사랑을 표하는 것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보람을 느낀다고 표현하기보단 감동을 느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이제 조합이 설립됐으니 더 많은 감동을 받고 도움을 전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나.

“사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워라밸이 보장되거나 시간이 많은 직종이 아니다 보니 더 많이 신경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아 아쉽다. 그럼에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물심양면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

-봉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우리가 지면에서 보면 봉사자들에게 ‘봉사가 뭐냐, 봉사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냐’고 묻는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봉사는 주는 게 아니고 받는 거다’라고 답한다. 나 역시 매번 나갈 때마다 더 많이 받고 돌아오는 것 같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스스로 변화된 점이 있다면.

“마음이 부자가 됐다. 사실 박봉에 뭔 봉사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봉사에 물심양면(物心兩面)이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게 ‘심(心)’이란걸 알게 됐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나 또한 마음으로 도움받게 되는 걸 알게 돼 즐겁다. 글로만 접해왔던 일이 누군가와 함께 세상을 동행한다는 행동으로 접하게 해줘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해피링크는 매일유업 사코페니아연구소와 함께 중증뇌병변장애아동 공동연구사업을 진행했다.
해피링크는 매일유업 사코페니아연구소와 함께 중증뇌병변장애아동 공동연구사업을 진행했다.

 

-어쩌면 봉사는 부족한 복지 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일 수 있다. 제도적 변화를 바라는 게 있다면.

“사실 봉사라는 게 마음이 우러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마음이 우러나오지 않아도 작게나마 도움의 손길이라도 합쳐지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믿는다. 뇌병변장애아동의 어린 삶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데, 아동기에도 치료받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 ‘재활난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성인이 되면 건강보험 수가 등 여러 문제로 더 치료받을 곳이 없다. 이렇듯 복지시스템에 아직 허점이 많다. 언론에서 이런 부분들이 많이 지적해 촘촘한 복지와 제도가 만들어 지도록 더 많이 지적하고 보완토록 독려하는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편견의 시선이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요즘 강력 사건들과 관련해 장애가 문제인 것처럼 일부 거론되면서 편견을 넘어 혐오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장애인이 사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도움만 받는 사람처럼 표현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삶은 똑같이 소중하며, 사회가 얼마나 수용적인가에 따라 동료로, 이웃으로, 친구로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다. 장애인의 삶은 특별한 걸 원하지 않는다. 그저 다른 이들과 같이 돈 벌고, 사랑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언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한 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

-편집 업무만으로도 바쁠 텐데 봉사활동까지 하면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내에게 좋은 영향을 참 많이 받는다. 당연히 가족 모두가 이런 활동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도 지역사회를 위해 주민참여예산 청소년위원이나 환경동아리 등의 활동을 수시로 하고 있다.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내년부터는 지인이 방학 때마다 진행하는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도 동참시켜 보려고 한다. 아이도 그 뜻에 선뜻 동의를 해줬다.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공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렇게 계속 언급하면 공처가 확정인가.(웃음) 나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주는 아내이고, 아이를 포함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으로 인해 봉사활동에, 또는 봉사활동으로 인해 편집에 도움되는 부분이 있는지.

“다들 아시겠지만 기자는 경험이 중요하다. 봉사에 직접 물심양면으로 다가서다 보면 당연히 편집에 도움이 된다. 뭐 마음이 즐거워서 더 행복한 지면이 나오고 그들이 더 잘 보여서 애정이 가득한 지면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좋은 편집기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휘력이 풍부하고 국어를 사랑하는 기자, 공감 능력이 좋으면 좋은 기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끔 외국어를 참 잘하는 친구를 만나보면 의외로 국어 실력이 아쉬운 경우가 있다. 물론 오늘날 대학이나 기업에 취직하려면 외국어 실력이 기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교육과정이 국어를 좀 쉽게 보는 경향을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아 마지막으로 체력은 필수.”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도 밝혔지만 선한 영향력을 뿜어내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물론 내가 속한 중부일보 내 구성원들이 알게 모르게 다양한 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보다 더 세차게 활동하며 ‘선한 아우라’가 넘치는 중부일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상까지 주셨는데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 생각된다. 편집기자협회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사회에 더 큰 선한 영향력을 주는 ‘기자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협회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느새 2023년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도 참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 선후배들이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올해는 어떤 동료가 ‘올해의 편집기자상’을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 저보다 더 훌륭한 분이 받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혹시 도전하고 싶다면 ‘아직 몇 달 남았으니 지금이라도 시작하라’고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