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회 부문별 수상작 및 소감

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김창환)는 제262회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으로 종합부문 광주일보 유제관 국장 <대통령 한마디에... 시험에 빠진 수능>, 경제사회부문 디지털타임스 배석현 기자 <인생 2막 vs 인생이 막막>, 문화스포츠부문 국민일보 정병화 기자 <林과 함께라면... 천리길도 행복>, 피처부문 경인일보 장성환 기자 <광어영역 한점, 한점 전부 100점>, 뉴스 해설&이슈부문 전자신문 현연주, 박새롬 기자 <건강한 단맛? 쓸쓸한 뒷말!> 등 5편이 선정됐다.

제262회 이달의 편집상 시상식은 추후 공지 될 예정이다.


 종합부문 광주일보 유제관 국장

<대통령 한마디에... 시험에 빠진 수능>

설렜던 지면 평생 몇 개일까

오랜만의 ‘안타’에 의욕충만

나이를 먹으면 자꾸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 다른 이들의 행보와 크게 어긋난 것은 아닌지, 후회할 일을 남기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편집기자 생활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가득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평생 8000번 정도 타석에 섰고 그 모든 순간이 설레는 모험과 같았다고 했는데, 그보다 많은 지면을 편집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모험을 추구한 지면이 과연 몇 개나 되는지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야구에서 안타처럼 만족스런 제목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 편집 타율은 2할 대 중반정도 되지 않을까.  

이달의편집상을 수상해 오랜만에 ‘안타’를 쳤다. 후보에 올랐을 때 상대 작품의 제목이 너무 좋아 수상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화를 받고 많이 놀랐다. 시상할 나이에 수상하게 되어 민망하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니 힘이 난다.

편집기자는 지면에 이름이 나오지 않아 독자의 반응을 알기가 쉽지 않고 편집의 방향을 잡기도 어렵다. 이럴 때 편집상은 이정표가 되어 준다. 매달 발표하는 수상작을 보면 편집의 트렌드와 지향점을 알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이에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도 영광스럽다. 


경제사회부문 디지털타임스 배석현 기자 

 

<인생 2막 vs 인생이 막막>

 

확 꽂힌 단어에 첫 편집상 감격

하루 한꼭지 ‘킬러 제목’ 달고파

첫 편집상 감격스럽습니다.

편집을 하다보면 재밌어 보이는 기사와 단어가 한눈에 확 꽂힐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단어에 꼬리를 물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끝말잇기 하듯이 적어보거나 비슷한 사자성어를 연결시켜 봅니다.

인생 2막도 원래는 ‘인생 2막 vs 인생 절박’ 이였지만 뭔가 억지스러웠습니다. “인생 2막, 막막 하구만” 하고 중얼거리다 나온 것이 ‘인생 2막 vs 인생이 막막’이였습니다.  

상상에 갇혀 억지스러운 제목이 나올 때도 있지만 손치배 부장이 치우치지 않는 제목으로 다듬어 주실 때가 많습니다.

편집할 때 오늘 해야 할 일이 많건 적건 간에 그날 하루만큼 한 꼭지 정도는 ‘킬러 제목’을 달자가 저의 다짐입니다.

항상 괴상망측한 편집소스를 가져가도 찰떡같이 해주시는 성준 선배, 묵묵히 도와주시는 대성부장, 응원하고 기 살려주시는 희근선배, 승수선배, 환순선배, 그리고 후배들 덕분에 매일 매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믿고 맡겨 주셔서 이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디지털타임스 편집부 선, 후배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징징거림을 다 받아주는 머투 신희 짝궁 너무 고마워.


문화스포츠부문 국민일보 정병화 기자

<林과 함께라면... 천리길도 행복>

 

 

 

좋은 재료로 헛발질할까 고심

‘덜어내는’ 편집이 정답이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번엔 받을 줄 몰랐습니다. 사진이 8할인 지면을 편집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을까? 어떻게 배치해야 의미 있는 여백의 미를 남길 수 있을까? 제목은 사진과 어울리면서도 길지 않고 간결하게 뽑을 수 있을까? 좋은 사진 재료들이 많아서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뽑은 제목도 제가 봤을 땐 임팩트도 없어서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헛발질을 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다 사진을 유심히 보다보니 문득 고등학생 시절 접했던 어떤 책에 있던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오래 걸어도 힘들지 않다’는 내용이었는데 접목 시켜볼까? 그렇게 지면을 완성했습니다. 선배들도 “괜찮다” “잘했다” 칭찬해주셨지만 이 지면은 평소에 비해 좀 덜어내는 편집을 했던지라 후보작이라도 오를 수 있을까 했는데 또 수상을 하게 돼서 한동안 멍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국민일보에 온지 2년이 지나 좋은 결실을 맺게 되고 평생 받을 축하를 다 받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노력하고 맡은 지면에 진심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늘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시는 편집부 선배들과 아낌없이 축하해주신 여러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피처부문 경인일보 장성환 기자

 

<광어영역 한점, 한점 전부 100점>

 

수능 시험지서 ‘광어영역’ 힌트

수험생 심정 마냥 어려운 편집

한점, 한점 전부 100점. 라임을 살려 어렵지 않게 광어회 제목을 잡았다.

제목에 맞게 시험지 레이아웃을 생각했다. 비교적 쉽게 진행됐다.

시험지는 편집기자들이 여러 차례 활용한 레이아웃이다.

차별점이 없다면 진부할 수밖에 없다. 보완하기엔 어딘가 제목도 밋밋했다. 

강력한 카운터펀치가 없다.

수능 시험지에서 답을 찾았다. 제목 위에 광어영역을 추가했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래픽은 성옥희 스앵님만 전적으로 믿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일타강사’ 데스크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시험지를 제출했다.

답안지는 내손을 떠났고 초조하게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다. 매일 하는 일인데도 늘 편집의 어려움을 느낀다.

오늘 내가 짠 지면은 과연 몇점일까. 정답은 있는 걸까. 수험생의 심정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일이 끝나면 차디 찬 소주와 깻잎에 싼 광어회 한점으로 피로를 씻어낼 수나 있겠지만… 오늘도 땀 흘리며 책상에 앉아 있을 모든 수험생을 응원하며 소감을 마친다.


뉴스 해설&이슈부문 전자신문 현연주,박새롬 기자

<건강한 단맛? 씁쓸한 뒷말!>

콜라만큼 시커멓던 편집 고민

수상의 달콤함은 제로 칼로리

어떠한 맛보다 단맛을 좋아하는 내가 물보다 자주 찾는 것이 제로콜라다. 이렇게나 친숙한 제로콜라가 아스파탐 논란과 함께 지면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좋아하고 찾아 마시던 0칼로리, 제로 음료수가 지면으로 만난 순간만큼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주제에 어떻게 다가가고 이를 독자에게 보여줄지 눈앞이 캄캄해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금손’ 새롬선배의 그래픽이 지면을 채워나갈수록 오늘만큼은 후회없는 지면을 만들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

잘하고 싶은 욕심과 입에 맴도는 몇 개의 단어에 꽂혀 초조하게 헤맨 그 순간이 참 아찔하다.

하지만 선배들의 조언과 응원에 후회 없는 지면을 완성하고 이달의 편집상까지 받으니 그 시간이 이제 소중하게 느껴진다. 

멋진 그래픽으로 지면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새롬선배와 함께 수상해 더욱 기쁘다. 편집은 물론 항상 많은 도움을 주시는 박은석 부국장님, 입사 초부터 옆자리서 멘토 역할을 해주시는 효선선배, 그리고 언제나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편집부 선후배님에게 감사드린다. 

대구에서 항상 응원과 애정을 보내오는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해본다. 이제 제로콜라보다 달콤한 수상의 맛을 봤으니 이를 원동력 삼아 더욱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


심사평

권력 견제의 중심은 편집기자

촌철살인 메시지 ‘내공 100점’

국민이 언론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일 것이다. 권력 주변에는 늘 모리배가 진을 치고 있어 비리가 움트기 쉽고, 나아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잘못된 정책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삶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신문은 직필로 권력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중립적으로 뉴스가치를 판단하는 편집기자가 있다. 그런 점에서 종합 부문 광주일보 유제관 기자의 ‘대통령 한마디에… 시험에 빠진 수능’이 돋보인다. 권력자의 만기친람 언행이 회자되는 요즘, 느닷없는 지시가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얼마나 혼돈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촌철살인이 느껴진다. 제목도 맛깔스럽다. 경제사회 부문 출품작들은 화려한 언어의 성찬이었다. 그중 디지털타임스 배석현 기자의 ‘인생 2막 vs 인생이 막막’은 준비 안 된 우리나라 고령화 사회의 슬픈 단상을 대조를 통해 잘 표현했다. 비슷한 말의 반복이 식상하지 않음은 그 말에 담긴 의미가 묵직하기 때문이다. 

한자의 조어는 기발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오버하면 과유불급이 될 수 있다. 요즘 MZ 세대는 한자 자체를 잘 모르기에 더욱 그러하다. 기우를 반전시켜 준 것이 문화스포츠부문에서 국민일보 정병화 기자의 ‘林과 함께라면… 천리길도 행복’이다. 林은 쉽게 접하는 한자인 데다 제목도 간결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또한 사진을 시원하게 편집해 기사를 읽고 싶다는 마음을 절로 들게 했다.  피처 부문에서 경인일보 장성환 기자의 ‘광어영역 한점, 한점 전부 100점’은 한 땀 한 땀  내공이 느껴지는 재치 100점의 지면이다. 지면 전체를 비주얼화해 온라인 매체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오프라인 신문만의 차별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뉴스해설&이슈 부문에서 전자신문 현연주·박새롬 기자의 ‘건강한 단맛? 씁쓸한 뒷말!’은 0칼로리 음료 시대에 아스파탐 물질의 유해성 논란을 재치 있는 제목과 시각적 레이아웃으로 잘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