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편집상 대상 수상자를 만나다

조선일보 김인원 편집기자 인터뷰
“좋은 지면 스크랩하고 공부 필수
편집기자, 기본에 충실해야 발전”

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제28회 한국편집상 대상의 주인공은 조선일보 김인원 기자. 김 기자의 ‘약물은 빙판의 일각이었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대표팀이 ‘도핑’ 외에도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특히 논란과 갈등의 복잡한 상황을 흑백과 레드의 교차 편집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점은 압권이다. 대상을 수상한 김 기자와 만나, 그의 편집 열정을 들었다. 

한국편집상 대상 수상자 조선일보 김인원 기자
한국편집상 대상 수상자 조선일보 김인원 기자

-한국편집상 대상 수상소감을 부탁한다.

“네 지면이 한국편집상 후보됐더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잘 믿기지 않고 얼떨떨하다. 연초에 작업했던 지면이라 기억이 희미해져 있기도 하고. 그래도 상을 받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올림픽 같은 큰 행사의 지면을 책임지고 만들었던 기간이었다. 부담도 컸고, 힘도 들었고, 매일매일 나의 부족함이 보여서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는데… 그래도 수고했다는 칭찬도 듣고, 크고 작은 상도 받는 등 큰 의미를 남긴 지면이 됐다. 작년 한 해 부서를 떠나 있다가, 올해 돌아오면서 여러모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다시 잘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흑백과 레드의 교차 편집이 신선하다. 이 지면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처음부터 ‘반짝’하고 영감이 떠오른 건 아니다. 러시아 피겨 도핑 관련해선 며칠째 뉴스가 이어졌고, 우리 스포츠부에서 연일 심도 깊은 기사를 써서 계속 공을 많이 들이고 있었다. 처음엔 펑펑 우는 2위의 사진을 메인으로 얹어봤었다. 그때 부장이 “근데 금메달 딴 애는? 그 애도 주인공 아냐?”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서야 4명의 사진을 모두 써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사진들이 뭔가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고… 데스크와 함께 색의 변화를 한번 줘 보자는 판단을 내렸다. 가판 직전에 부랴부랴 디자인팀에 부탁해서 작업해달라고 했다. 시행착오는 여러 번 있었지만 순식간에 결정해서 순식간에 만들었는데, 그렇게 가판 작업한 이후로 사진을 손 댈 필요가 없어졌다. (사실 제목은 여러 번 수정을 거쳐서 최종판에 완성됐다)

-예전에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인 <가슴 답답한 재회... 가슴 먹먹한 이별>또한 사진 선택과 제목이 탁월하다. 편집 노하우를 소개해달라.  

11년 전 지면인데 어떻게 찾아보셨는지. 그땐 정말 초년병이었고, 워낙 스포츠에 문외한이었는데 면을 맡아서 매일매일 분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도 쉽게 제목이 나오지 않아서 가판회의 후에 저녁을 간단히 먹고 일찌감치 자리에 앉았다. 이리저리 제목을 굴려보다가 그때 한참 대구(?)에 빠져있어서 상당히 머리를 쥐어 짜내서 나온 제목이었다. 제목 달고도 확신이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당시 스포츠부장께서 제목이 너무 좋다며, 좀 더 스트레이트하게 바꿔보려던 저를 말려주셨다.

-편집기자의 길은 어떻게 들어서게 됐나?

기자가 되고 싶어서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었고, 당연히 여기저기 원서를 넣었었다. 당시 사촌언니가 기자로 일하고 있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정보도 듣고 했었는데, 그때 언니가 편집기자를 따로 뽑는 회사 등을 알려주면서 편집으로 한번 지원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었다. 그때 제대로 편집기자의 역할 등을 듣게 되었는데, 오히려 취재기자보다 나에게 더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덜컥 지원해 이 길로 들어오게 되었다.

-편집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가장 최근을 떠올려 보자면 봉화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들이 구조된 날이다. 금요일 밤 11시 넘게 나온 뉴스였는데, 퇴근하려고 짐 싸다가 뉴스 보고 주저앉아 야근하는 선배와 함께 지면을 만들었었다. 내 면도 아니었고, 당번도 아니었지만 1면 잡은 선배를 도와 사회면을 만들었는데, 1시간 남짓 정신없이 지면을 만들고 나서 부장, 팀장, 선배와 둘러앉았는데 굉장히 뿌듯했다. 기쁜 뉴스이기도 했고, 촉박하고 바쁜 시간에 지면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거 같아서. 좋은 뉴스, 좋은 선후배, 좋은 그래픽, 좋은 기사 모든 게 다 잘 어우러졌던 날이었다.

-편집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

매일 나오는 신문들을 최소 5~6개는 쭉 훑어보면서 기사 팔로잉도 하고 제목이나 디자인 등도 참고한다. 너무 좋은 지면들은 스크랩해서 다시 보기도 하고. 국제면 할 땐 NYT나 WP도 자주 봤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자주 보진 못하지만 그렇게 봤던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올림픽, 선거 등등 반복되는 큰 행사는 우리 회사 지면을 포함해 지난 행사들 지면을 뽑아놓고 여러 번 훑어보면 큰 도움이 됐다.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지면을 만들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면.

조금 당연한 것 같지만 그날그날 내가 만드는 지면의 뉴스를 충실하게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편집자 일상의 대부분은 뉴스를 중심으로 지면을 만드는 것이지 않나? 내가 만들 지면, 하루하루 달라지는 뉴스들을 제목이 나오기 전까지 열심히 읽고 이해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부족하면 그날 지면에 중심이 안 잡히더라. 그렇게 기본을 쌓다보면 어떤 날은 변주도 줄 수 있고, 어떤 날은 멋을 낼 수도 있게 되는 것 같다. 기자로서 가장 기본인 뉴스에 충실하면 그게 한발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