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30> 대답 없는 물음표와 느낌 없는 느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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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독자 절반 이상이 헤드라인(제목 포함)만 읽 거나 헤드라인에 이끌려 기사 전체를 읽게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런 헤드라인 소비자(shopper of headlines)는 개인적 흥미나 관심사에 따라 뉴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기사의 선택은 헤드라 인 주목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헤드라인은 그 신문의 개성을 드러내는 결정적 표시

신문 헤드라인(제목)이 본문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에 대한 저널리즘적 논의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다. 헤드라인은 그날 지면에 실린 수 많은 기사 중 수용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관심에 호소하는 ‘광고 역할’까지 담당한다. 그러므로 헤 드라인은 그 신문의 개성을 표현하는 광고 카피 이자, 해당 언론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결정적 선언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용자 눈길만 사 로잡다 보면 때로는 언어의 품위와 품격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양날의 검’과 같다. 그동 안 저널리즘 학계로부터 지적받아 온 헤드라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비정상적이고 강도 높 은 표현들이 자주 사용되고 ▲주관·선정적으로 흐르기 쉬우며 ▲어법·어감·문법 등이 파괴되고 ▲기사 본문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표현되는 경 우가 적지 않다.<임태섭(1994). 보도 문장과 언어. 신문과 방송, 280호, 78~83.>

더 나아가 신문 제목의 언어적 표현에 대해 문 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연구들에서는 첫 번째 로 헤드라인만의 독특한 언어와 수사적 표현 으로 자주 표준 어법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한 다. ▲접사와 단어의 생략 ▲띄어쓰기 오류 등 이 너무 빈번하다는 것이다.<전태현(2001). 헤드 라인의 은유에 관한 이해. 언어와 언어학, 26집, pp.263~285.> 

두 번째로 신문 제목과 본문의 일치도에 관한 연구들도 있다. 미국 신문의 경우, 1980년 마르케 즈(Marquez)는 기사 제목이 본문을 얼마나 정확 하게 표현했는가를 분석했는데, 전체 기사 중 3 분의 2 이상이 부정확했으며 본문 진의를 오도하 거나 모호하게 나타낸 경우는 전체 기사 중 3분 의 1 정도라고 발표했다.<Marquez, F. T.(1980). How accurate are the headlines? Journal of Communication, 30, 30~36.>

이렇게 헤드라인은 수용자의 정보 소비에 중요 한 역할을 하고 있어 모호한 언어로 메시지 수용 에 혼선을 끼치면 안 된다. 특히 물음표와 느낌표의 오용과 남용은 자칫 편집기자만의 감정이 이 입이 될 수 있다.  

 

대답 없는 물음표

헤드라인에 붙은 물음표는 ‘대답’을 원하지 않는 다. 그냥 허공을 향하여 외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 이다. 편집기자들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물음표를 던짐으로써 책임에서 벗어나고 수용자들에게는 뭔가 의혹이나 숨은 진실이 있을 것 같은 뉘앙스도 풍겨 호기심마저 자극한다. 하지만 수용자 입장에 선 ‘혹시나 하고 읽어 봤더니 역시나 별수 없네’라 고 실망감을 표시할 수도 있다. 의문형으로 끝나는 헤드라인은 대개 문패성 헤드라인이다. 이러한 문 패 헤드라인은 유럽이나 미국 신문에서 기사 내용 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주제 역할을 하며 주로 피 처스토리에 쓰인다.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기사 전체를 대변할 만 한 헤드라인이 떠오르지 않을 때 ‘구원투수’처럼 등 장하는 형식이지만, 장문의 기사를 포괄적으로 표 현하는 편리함도 있다. 그러나 의문형의 남발은 진 실을 왜곡할 위험성이 있으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 는 ‘카더라통신’까지 만들 수도 있다. 즉, 편집기자 의 궁색한 의도와 수용자의 상상력이 맞물려 다양 한 ‘해몽’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배우 메릴린 먼로는 공산주의자였나? -영국 해리왕자는 나치?

-‘맥도날드 CEO 잇단 사망’ 햄버거 탓일까? 정말로 위의 물음표에는 해답이 없다. 아니, 어 딘가에 숨어 있을 ‘진실’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편집기자는 지면에 의문부호를 달아놓 고 누군가가 답변할 때까지 기다린다. 아니면 수 용자가 직접 답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또한 물음표는 정말 새롭고 신기한 것에 대한 기사 헤드라인으로 유용하다. 여러 줄의 구구한 설명보다 ‘○○○을(를) 아십니까?’라고 물음표 를 던져 수용자 시선을 끈 뒤 부제에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고? -‘스노골프’를 아시나요?

광고 카피를 보면 ‘문법 파괴’와 ‘형식 파괴’의 국적 불명 글들이 범람한다. 점잖고 예의 바른 표 현들로서는 도저히 인스턴트 세대에게 소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문 헤드라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포츠·연예·오락면에서 사실에 충실한 헤드라인으로는 수용자 시선을 한눈에 끌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호기심을 자극하는 의문형 헤드라 인으로 어필하는 경우가 잦다.

 

느낌 없는 느낌표

물음표의 ‘대칭형 형제’ 느낌표는 수용자에게 편집기자의 ‘느낌’을 강요한다. 이것은 주로 탄성 형이나 여운형 헤드라인에 쓰이는데 수용자 입 장에서 감탄과 탄성을 자아낼 수 있다. 아름다운 절경을 스케치한 기사나 드라마같이 극적인 스 포츠게임의 경우 열 마디 수식어보다 한 마디 감 탄사가 현장 분위기를 더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운형 헤드라인의 경우 편집기 자가 어떤 상황을 확정 짓지 않고 여운을 남겨 수용자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하는 것이다. 만약 축구 A매치 한·일전을 앞두고 ‘손흥민 있음 에!’라고 헤드라인을 달면 수용자들은 ‘프리미어 리거 손흥민 선수가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 팀이 든든하다’라고 느낄 것이다. 여기에 느낌표 를 달면 여운의 울림을 강하고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그러나 편집기자들이 감상에 젖어 느낌표를 남 용할 때 수용자들에게는 이심전심의 감정이입이 아니라 유치찬란한 넋두리로 비칠 수 있다. 편집 기자의 냉철한 이성을 통해 걸러지고 정제된 흥 분만이 수용자들에게 현장의 극적인 분위기를 ‘느낌표’로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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