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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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곳’이란 명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에 나서서 참견하거나 관심을 두는 일’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정말 잘 봐야 할 것이 있다. 이 아랑곳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아니라 ‘둔다’는 의미로 쓰는 ‘긍정의 명사’라는 점이다. 그런데 기사 제목에서 다 이렇게 부정의 의미로 끝을 맺는 데 사용하고 있다. 최근 다수 매체에서 애용해 쉽게, 많이 눈에 띈다. 그런데 여기서 ‘아랑곳 않다’는 원래 ‘아랑곳하지 않다’ ‘아랑곳을 하지 않다’가 완전한 문장이다. 아무래도 긴 문장이다 보니 입말에서 아랑곳 않다로 줄여 쓰다 아예 ‘않다’까지 떼어내고 ‘아랑곳’만 왕왕 쓰고 있다. 이렇게 해도 뜻이 통한다는 착각이 퍼져 무의식적으로 이 잘못된 ‘아랑곳 끝맺음 제목’이 퍼진 것 같다. 그래도 분명히 틀린 제목이다. 느낌적으로 통하는 것 같아도, 다수 매체에서 다 써도 잘못된 제목이 틀림없다.
이 이상한 ‘줄임말동네’에는 주민도 많다. ‘칠칠하다, 서슴다, 탐탁하다, 심상하다’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모두 ‘못하다/않다/없다’ 등 부정어와 함께 쓰이는 말이다. ‘칠칠하지 못하다, 서슴지 않다, 탐탁지 않다, 심상치 않다, 아랑곳없다’처럼 이들은 모두 부정어와 함께 사용할 때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 아무래도 인터넷과 일상생활에서 축약된 언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이처럼 잘못 줄여 쓰는 단어가 늘고 있다.
아랑곳을 부정의 뜻으로 사용하려면 제목이라도 ‘아랑곳하지 않다, 아랑곳 않아, 없이’로 써야 맞다. 보기 드물게 바르게 사용한 제목이 있다.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추석 연휴 아랑곳없이 농성.’ 이것도 겨우 찾을 정도로 바르게 사용한 제목이 드물다. 물론 아랑곳으로 끝맺을 때와 ‘말맛’이 달라지기는 한다. 그래도 느낌보다 중요한 것은 바른 표기다.
부록으로 ‘칠칠맞다’는 칭찬하는 말이다. ‘칠칠하다’는 ‘성질이나 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꼼꼼하고 야무지다’는 뜻이어서 반대로 ‘칠칠하지 못하다’ ‘칠칠치 않다’는 ‘단정치 못하고 주접스럽다’는 부정적 뜻이 된다. 그 ‘칠칠하다’를 좀 더 일상적으로, 속되게 말한 게 ‘칠칠맞다’인데 이는 분명 칭찬이다. 그러니 부정의 뜻을 담는 제목에 칠칠하지 못하게 제목을 ‘아랑곳’으로 끝내지 말고 바르게, ‘아랑곳없이’ 등으로 칠칠맞게 달자.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