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좌충우돌 편집일기
경남신문 이지혜 기자


#신문지 만드는 엄마
5살 아들이 “엄마, 엄마는 회사에서 뭐 배워?”하고 묻습니다. 회사가 어린이집인줄 아나보네요. 때마침 식탁에 있는 신문을 펼쳐 보이며 “엄마가 한 거야. 봐봐” 했더니 "엄마 신문지 만들어?” 하고 엉뚱하게 되묻네요. “아니, 여기 그림이랑 글자랑 다 엄마가 넣은 거야. 이건 제목이라는 건데…” “엄마, 나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 “하…”. 졸지에 신문지 만드는 엄마가 된 저는 둘째 육아휴직을 마치고 지난 2월 복직한 경남신문 이지혜 기자입니다.


#하루에 마감이 4번
저에게는 하루 4번의 마감이 있습니다. 간지와 본지, 그리고 아이 등원과 아이 취침. 생활 자체가 마감의 연속이죠. 출근은 늦지만 기상시간은 무조건 아침 8시. 먹이고 입혀 큰 아이를 보내고 나면 9개월 된 애틋한 둘째를 돌보다 출근합니다. 간지를 오후 4시까지 마무리하고 광고, 면 배정 등 간사 업무를 마치면 다시 3면 편집 시작해 마감에 맞춰 판을 넘깁니다. 퇴근하냐구요? 아니요, 집으로 다시 출근하죠. ‘아이 재우기’라는 마지막 마감이 남았거든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지면을 완성하는 편집기자의 생활은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육아와 편집의 마감은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죠. 일단 시작이 빨라야 하고,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며 중간에 발생하는 변수까지 미리 계산해 착착 진행해야 합니다. 어린이집 차량과 윤전기는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요.


#짧은 휴식 ‘편집 에너지’ 완충
누군가 애 키우는 게 쉬워요? 편집이 쉬워요? 하고 묻는다면 숨도 쉬지 않고 ‘편집’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워킹 맘인 경남신문 편집부 모 선배님께선 “출근하는 게 쉬는 거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죠. 5개월간 갇혀있던 출산·육아 감옥을 탈출하고 나니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샘솟습니다. 복직하고 꼬박 4달, (나름) 영혼을 갈아 넣어 편집했고 그 결과 이달의 편집상 수상이라는 영광도 얻었으니까요. 다만, 짧았던 ‘편집 휴식’의 효력이 얼마나 갈지 의문입니다.


#하늘 위 연처럼 자유롭게!
복직 후 두달 만에 한신협 ‘신팔도유람’ 기사를 짜게 됐습니다. 지역축제, 그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가요. 사진 속 하늘을 나는 연들이 달리 보입니다.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구나.’ 회사와 집을 오가며 퇴근 없는 삶을 사는 워킹 맘에겐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것, 간절히 원하지만 닿을 수 없는 그 것, 바로 자유입니다. 그럼 제목도 자유롭게 날아보면 어떨까? 네 글자 제목에 색을 입히고 지면 머리 위로 날립니다. 글자들이 지면 머리를 뚫고 자유롭게 납니다. 출산 후 오랜만에 만난 지면 속 세상은 모든 게 새롭고 하나하나 의미가 없는 것들이 없네요.


#워킹맘 당신, 오늘도 큰 일 했습니다
“복직하시고 상도 받으셨으니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라던 기대에 부응할 만한 이야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창한 삶은 아니지만 같은 부서 내 저와 같은 워킹 맘 동료가 있다면 ‘바쁘지만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작은 이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편집과 육아를 함께 하며 ‘퇴근이 없는 삶’을 사는 워킹 맘 편집기자 동지들에게 “수고했습니다. 오늘도 큰 일 했어요!”하는 격려가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