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정권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먼지털이’식 수사  종료돼야
‘먼지털이’식 표적 조사, 환부 도려내기식 아닌 대규모 인력 투입해 ‘탈탈’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검찰에서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혐의 대상자를 샅샅이 뒤지는 것을 뜻한다.
이 ‘먼지털이’식을 제목으로 단 기사는 지금 당장 인터넷을 검색해 털어 봐도 우수수 떨어진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언론사 최종판 지면 큰 제목에 ‘먼지털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 매체는 교열부가 없을 확률이 90%다. 10%는 교열부가 있어도 놓치기 쉽다. 그만큼 잘 틀리는 제목이다.
이 표현은 정치, 경제 관련 유명인사가 검찰과 재판에 연관된 기사를 다룰 때 편집기자들의 단골 제목이기도 하고 단골로 잘 틀리기도 한다. 자칫 무심코 넘기기 쉬운 표현이지만 어법적으로는 엄밀히 틀린 표기다. 왜 그런가. ‘먼지털이’식과 ‘먼지털기’식은 한 글자 차이인데 뭐 그리 다르고 틀리기까지 한 걸까.
일단 뒤에 붙는 ‘식’ 때문에 그렇다. 여기서 ‘-식’은 ‘방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접미사는 도구(사물) ‘먼지떨이’에 바로 붙지 못한다. 먼지는 행위(동작)인 ‘떨다’를 명사화한 ‘떨기’ 또는 ‘털다’의 명사형 ‘털기’에 붙여 사용해야 자연스럽다. 그래서 ‘먼지털이식 수사’는 당위성이 없는 틀린 말이다. 비슷한 예로 ‘신상털기’가 있다.
그럼 여기서 ‘털다’와 ‘떨다’의 차이도 궁금해진다. ‘털다’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불을 털다/먼지 묻은 옷을 털다/노인은 곰방대를 털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등을 용례로 들었다.
이렇게 ‘털다’는 어떤 몸체에 달려 있는 뭔가를 떨어지게 하려고 그 몸체를 흔드는 것이다. 즉 ‘턴다’는 것은 먼지가 아니라 그 먼지가 묻은 옷이나 모자 등이라는 것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이에 비해 ‘떨다’는 쳐서 떼어낸다는 뜻이다. ‘옷을 털어 먼지를 떨어내다’로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은 ‘먼지털이’를 ‘먼지떨이’로 사용하도록 권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메모하면 좋다.
먼지를 떠는 기구  →  먼지떨이
성과내기식 집중수사  →  ‘먼지털기’식 수사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