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대전 봉봉동 맛집 ‘초밥왕’, 매일 공수한 생선으로 별미 선보여
삼성엔지니어링, 伊서 폐열 발전시스템 공수

가끔 기사를 읽다가 제목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을 때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이탈리아 폐열 회수 발전시스템 개발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5㎿ 규모의 저온 폐열이용 발전시스템을 공급받기로 했다….’
위 기사 전문을 읽어봤지만 어디에도 공수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이탈리아가 개발한 시스템을 공급받아 한국에서 그 기술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편집자가 ‘공수’라는 제목을 달아버렸다. 대표적인 편집자의 기사 왜곡이다.
왜 그런지는 사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공수(空輸): ‘항공 수송(항공기를 이용해 사람이나 우편물, 짐 등을 옮기는 일)’을 줄여 이르는 말.
그러니까 해외에서 들여왔다고 모든 것에 공수해왔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 그것이 사람, 우편물, 짐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 그 대상이 기술, 시스템일 때는 공급, 적용이 알맞은 표현이다. 그런데도 제목에 심심찮게 뽑힌다. 은연중에 좀 더 세련돼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인지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문제는 점점 많이 편집자들이 뽑아 쓰는 단어라 짚어본다. 더 심각한 사례는 이럴 때다.    
대전 맛집, 매일 공수한 생선으로 별미 선보여
‘이 맛집은 초밥 주재료인 생선을 매일 서울 노량진에서 공수해와 신선하고, 셰프는 청담동 스시의 대가라 불리는 안모모 씨의 제자가 직접 퀄리티 높은 초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 있던 생선을 공항도 없는 대전으로 공수했다니 ‘가게 주인이 개인비행기를 보유했나’ 하는 의문이 드는 여간 이상한 기사가 아니다. 이게 다 ‘공수’라는 단어 하나 때문이다. 이번에는 필자부터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 그걸 편집기자도 그대로 제목에 달아 죄 없는 노량진 생선과 가게 주인이 비행기 보유자인지 의심받는 기사가 됐다. 가끔은 사소한 단어의 선택이 줄줄이 억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이 단어를 제목에 뽑을 때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공수, 적절한 사용인가.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